취 임 사 (전문)
질병관리청 가족 여러분!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정들었던 기관을 떠난 지 3년 만에, 여러분과 다시 일하게 되어 기쁩니다.
여러분, 그동안 참으로 노고 많으셨습니다.
코로나19가 우리를 습격한 지 3년이 되어갑니다.
그동안 밖에서 무한한 존경심으로 여러분의 헌신적인 노력에 갈채를 보냈습니다.
또한 함께 짐을 짊어지지 못하는 무거운 마음으로 여러분의 고생하는 모습을 목도했습니다.
이제 그러한 저의 심정을 조직을 위한 책임감으로 승화시키려 합니다.
저는 1997년 국립보건원에 입사하여 2019년 국립보건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을 마지막으로 퇴직하기까지,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본부에 근무한 7년을 제외한 기간을 여러분과 함께 했습니다.
메르스, 지카 등 감염병 위기를 극복하는 일도 같이 했습니다.
국가백신연구개발 TF단장으로서 백신 자주권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을 위해 머리를 맞대었습니다.
제가 근무할 때 시작한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와 병원체자원은행 독립 건물이 우뚝 선 모습을 보면서 정말 감격스러웠습니다.
그동안 우리 기관은 독립외청이 되었습니다.
첫 청장인 정은경 청장님, 정말 큰일 하셨습니다.
코로나19의 엄청난 파고 앞에서 국민 건강을 위해 온몸을 불살랐고, 청 승격에 따른 수많은 과제들을 훌륭히 수행하여 기관의 체계를 세워주셨습니다.
2대 백경란 청장님, 새 정부 방역의 기틀을 잡아주셨습니다.
감염내과학의 대가로서 우리 기관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기풍을 진작해 주셨습니다.
2024년이면 질병관리본부가 출범한지 20년이 됩니다.
질병관리청이 있기까지 지혜와 리더십으로 본부를 이끌어주신 선배 본부장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아직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만, 질병 대응과 일상회복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위한 범정부적 노력의 최전선에 서 있습니다.
우리 기관은 감염병 대응체계를 고도화하고 변화하는 환경과 생활 조건으로부터 유래하는 새로운 질병들의 원인을 밝혀내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한 임무에 부응하기 위해, 다음의 방향과 목표를 가지고 업무를 추진하겠습니다.
첫째,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한 위기대응체제에서 단계적으로 벗어나 질병관리청에 부여된 본연의 과제들을 균형 있게 추진하겠습니다.
코로나19를 통제 가능한 유행으로 관리하여 국민의 일상회복에 한발짝 다가서도록 하겠습니다.
동절기 추가접종과 먹는 치료제의 적극 처방 안내를 통해 건강취약계층이 보호되도록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비상 상황에 부응해 만들어진 조직을 상시적, 정규적 운영체계로 전환하고, 인력과 자원을 재배치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추진하겠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발생 가능한 신종감염병에도 철저히 대비하겠습니다.
국정과제인 감염병대응체계 고도화의 일환으로, 그간 축적된 코로나19 데이터를 검증·정제한 빅데이터의 정보개방 플랫폼을 구축하여 민관 공동의 연구와 분석을 확대하겠습니다.
급격한 고령화에 대처하는 만성질환 예방관리에 힘쓰고, 건강·질병 데이터의 축적과 활용을 확대하겠습니다.
대규모 바이오 빅데이터 및 고품질 인체자원을 수집·분석·활용하여 개인 맞춤형 정밀 의료 등 미래의료 혁신의 기반을 마련하겠습니다.
둘째, 우리 기관에 주어진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조직을 효율화, 합리화하는 데 힘쓰겠습니다.
우리 기관이 독립 청이 되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비상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아직은 과도기적 면모가 적지 않습니다.
질병관리청이 명실상부한 독립 청으로서 역할과 권한을 확립하는 데 힘을 기울이겠습니다.
새로 출범한 권역별 질병대응센터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겠습니다. 분야별로 기관의 핵심역량을 분석하고 필요한 전문인력을 충원하는 한편 성과 중심의 공정한 근무평가제도가 정착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전문성 강화에 역행하는 잦은 부서 이동은 지양하겠습니다.
보건복지부와의 인사교류 또한 전문성에 바탕을 두고 이루어지도록 협의하겠습니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보건의료행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연구역량이 극대화되어야 합니다.
국립보건연구원, 특히 새로 출범한 국립감염병연구소가 명실상부한 감염병 연구의 국가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전문역량 강화에 정성을 기울이겠습니다.
아울러 어떤 조직 체제가 그러한 목표 달성에 가장 적합할지 널리 의견을 구하고 협의하겠습니다.
셋째, 우리 질병관리청이 세계인의 존경을 바탕으로 글로벌 보건의료 협력을 선도하는 기관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힘을 쏟겠습니다.
주지하듯이, 우리 정부는 글로벌펀드에 대한 기여를 크게 늘리기로 하였습니다.
보건의료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경제력에 합당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정부의 비전을 질병관리청이 앞장서서 구현해야 합니다.
메르스, 지카, 코로나19가 보여주듯이, 감염병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우리의 코로나19 대응은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우리의 실천 사례 및 연구결과, 그리고 생산하는 데이터가 더욱 많은 신뢰를 받아 질병관리청이 세계 보건을 선도하는 기관이 될 수 있도록 쓰겠습니다.
해외기관 및 국제기구와의 회의 정례화, 전문인력 교류, 공동연구를 확대하고, 국제화에 앞장서는 노력을 고무하겠습니다.
질병관리청 가족 여러분!
우리 기관은 과학적 전문성이 요구되는 조직입니다.
여러분의 과학적 사고가 국민의 건강을 위해 충실히 발휘될 수 있도록 합리적 조직 운영에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늘 귀를 열어놓겠습니다.
우리 질병관리청이 국민의 사랑과 세계인의 존경을 받는 기관이 되도록 신명나게 일할 것을 제안합니다.
감사합니다.
2022년 12월 19일
질병관리청장 지영미